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동반진단제 개발
환자 본인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것
최근 조기건강검진의 정례화로 인해 암의 조기 진단율과 정확도가 상승했으며, 암이 발병되어도 적절한 처치와 수술, 약물치료 후 암 환자의 장기생존 기간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이미 발병되었던 동일한 암과 특정 암 환자의 경우 기존과 같은 처치와 수술, 약물치료를 수행하여도 완치가 되지 않거나 재발되는 등 환자 본인과 가족, 나아가 사회에까지 큰 고통을 동반한 많은 문제를 유발시킨다. 때문에 많은 신약 개발사들은 이러한 암 치료의 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표적치료제나 작용기전이 더욱 명확한 치료제를 앞다투어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적치료제는 가격이 높으며, 개발 당시의 목적과 달리 치료의 최종 효과 역시 비용대비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기는 힘든 실정이다.
암 치료의 새로운 방향성 제시
최근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확대로 인해 정부의 건강보험재정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암 치료에 필요한 고가 약물인 표적항암제의 경우 항암제 약제비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하나 비용 대비 치료효율이 낮아 실효성 확보수단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지난해 7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암 치료 부담 해소, 아동·청소년 비만 분야 등과 같은 사회문제 해결형 신규과제를 선정해 이러한 현상을 탈피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 ‘암 치료 부담 증가’ 분야에 선정된 서울대학교 약학과의 신영기 교수는 폐암 및 대장암 등 주요 암에 대한 표적항암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동반진단제의 개발을 목표로, 임상 검증을 통해 제품의 체외진단용의약품 인허가 획득 및 신(新)의료기술인증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 CDx)이란 환자의 유전적 정보 등의 바이오마커의 상태를 알고 특정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들을 선별하기 위한 개념으로 환자의 치료 효율과 약물 사용으로 인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주요 암 표적치료제에 대해 환자의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동반진단제품을 개발하고, 나아가 임상 검증을 거쳐 체외진단용 의약품으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동반진단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말해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 1998년, 미국 FDA에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받은 허셉틴(Herceptin) 이라는 약물은 모든 유방암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유방암 환자 중 HER2 유전자에 양성반응을 갖는 환자를 동반진단으로 선별하고 선별된 환자에 한해서 약물을 사용하는 개념으로 개발된 약이다. 실제 전체 유방암 여성 환자의 20~30% 만이 HER2 유전자에 양성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만약 동반진단 기술이 없었다면, 유방암 환자 중 70~80%에 해당하는 환자가 값비싼 항암제 투여 후, 경험적으로 약물의 효과가 없음을 확인해야 하는 효율적이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신 교수는 “이번 연구로 개발될 동반진단제품은 암 치료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게 됩니다. 이는 암에 대한 치료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효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치료비용 감소와 더불어 환자 본인과 환자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며 나아가 의료재정의 건전성 회복에도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사료됩니다”라며 이번 연구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미래 암 치료제 시장을 개척하다
병의 원리를 분자적인 수준에서 찾고, 이를 토대로 해당 질병을 치료하고자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분자병리학연구실은 신영기 교수를 필두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실은 유전체 및 후생유전체의 방법을 포함하여 여러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주로 암의 원인 및 과정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동반진단제 개념을 포함한 항암 타깃 발굴부터 검증에 이르기까지 초기 항암제 개발의 전반적인 생물의학적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의 조절 기작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찾고 그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 치료용 항체 및 siRNA 치료제 타깃 발굴 등과 같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신 교수는 의약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층의 건강과 삶의 진 문제가 미래사회의 화두가 될 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암은 노년층이 걱정하는 비중이 높은 문제이며, 아직은 완치가 어려운 난치병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더불어 개인의 삶의 질을 고려해 볼 경우, 현재의 암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은 큰 고민거리이며, 비(非)특이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사선 요법이나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은 한계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는 높이는 새로운 암 치료제는 반드시 필요하며, 미래의 암 치료제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 교수는 “암은 유전자의 돌연변이 혹은 이상 발현으로 인해 세포 성장 조절 시스템이 무너짐으로써 발생하는 몸속에서 매우 빨리 진화하는 질병입니다. 유전체 및 후성유전체는 인간의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암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 유전체 및 후성유전체의 작동 원리를 확인하는 것은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라며 연구실의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서울대학교 분자병리학연구실 연구진 (신영기, 김민정, 유미연, 조혜은, 김해인, 정해민, 양호빈, 홍성열, 최준석, 김성수, Naresh Poondla, 한대섭) |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연구 펼치다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암의 예후와 관련된 유전자를 발굴하고 이를 진단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를 추구하고 있는 신영기 교수는 그동안 표준유전자 발굴, ‘유방암 예후예측 진단 키트’ 기술을 개발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의 굵직한 연구 성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 그 중 ‘유방암 예후예측 진단 키트’ 기술은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의 ‘IP-R&D 전략 수립 지원’까지 받아 기술 상용화 및 권리화 단계를 전략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IP-R&D 전략 수립 지원은 형식적인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이 아닌 쓸모 있는 강한 IP를 먼저 설계한 후 이에 따라 연구개발 방향을 수립함으로써 핵심·원천 특허로 무장한 글로벌 연구기관을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신 교수의 ‘유방암 예후예측 진단 키트’ 기술은 IP-R&D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며 많은 연구자에게 좋은 선례(先例)로 인식되고 있다.
신 교수는 앞으로 신약 개발의 첫 단계인 타깃 발굴과 이에 대한 검증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학문적으로 큰 발전을 가져오는 뛰어난 업적을 이루는 방향도 있겠지만,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 우리나라 과학계의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구란 각각의 실험 결과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과정부터 단계적으로 충실히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혹여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라도 작은 일들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습니다. 꾸준히 본인의 연구 분야를 파고든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니까요.”
누구보다 연구에 대한 큰 열정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신영기 교수.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talent)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들을 도출해내기 위해 오늘도 그의 연구실은 환하게 빛을 밝히고 있다.
기사 원 출처: 이슈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