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놓고 21일 서울 전문건설회관에 있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포럼이 열렸다. ‘사회문제 해결형 R&D사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내기 위한 자리였다.
포럼에는 출연연, 대학 등에서 R&D에 참여하고 있는 산·학·연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은 지난해 7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술기반 삶의 질 향상 종합대책’을 수립한 이후 국무회의, 대국민설문조사, 공동기획연구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는 6월 다부처공동기술협력특별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프로젝트다.
연구자에서 수요자 중심 연구패턴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은 모두 11개다. 재난안심, 사이버범죄, 먹거리안전, 수질오염, 방사능오염, 감염병, 만성질환, 환경호르몬, 생활폐기물, 교통혼잡, 기상재해 등이 포함돼 있다.
과학기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화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1일 STEPI에서 열린 ‘사회문제 해결형 R&D사업’ 포럼. ⓒ ScienceTimes
특히 재난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프로젝트는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 관심이 집중돼 있는 주제다. 사이버범죄, 기상재해, 감염병, 수질오염, 교통혼잡 등도 국민 안전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R&D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 김태희 사회복지연구단장은 이 프로젝트가 과거 연구자 중심 R&D 패턴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 논문·특허 등의 성과를 중시했던 R&D와 달리 수요자인 국민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
R&D를 수행하는데 있어 국민 참여가 이루어진 가운데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연구과제로 ‘항암제 동반진단키드(CDx)’를 소개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연구개발 중인 이 진단키트는 암 치료를 돕기 위한 프로젝트다.
현재 병원에서 쓰고 있는 일반 항암제는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암세포만 골라 치료하는 표적 항암제를 쓰고 있는데 ‘글리벡’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 항암제 역시 단점이 있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확률이 10~3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CDx’다. 어떤 암환자에게 표적항암제를 투여했을 경우 치료효과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별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김 단장은 이 키트가 개발될 경우 환자는 물론 의료시스템 전반에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에서는 폐암, 대장암, 직장암 치료에 사용하고 있는 표적항암제를 대상으로 ‘CDx’를 개발하고 있으며 식품의약처의 인허가, 신의료기술 인증 등을 획득한 후 사업화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유해물질, 초미세먼지 등 실시간 예보
성균관대에서는 유해물질을 인식하는 센서키트를 개발 중이다. 최근 불산 유출 등 유해물질 화학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 키트를 공장, 혹은 가정 등에 부착할 경우 다양한 유해물질들을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제대와 가톨릭대에서는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관리를 위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생활습관 변화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비만 방지 기능성 프로그램으로 BT와 IT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가정·학교·병원·지역사회 등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취수원 녹조로부터 안전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수질오염 조기경보 시스템, 녹조경보 시스템, 정수처리 시설 첨단화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매머드 프로젝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는 초미세 먼지를 실시간으로 진단해 통보하는 예보모델을 개발 중이다. 시스템 안에는 초미세 먼지가 인체에 어느 정도 유해한지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또 저감장치, 대국민 소통 플랫폼 등고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희 단장은 사회문제 해결형 R&D의 특성상 관계부처는 물론 사회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계측들 간의 긴밀한 협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조로부터 안전한 물을 공급하려는 KIST 연구개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물을 취수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중앙정부 지자체 관계자 등과 다양한 협의를 해야 했는데 이 의견수렴과정이 매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성지은 STEPI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마이크로 웨이브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공동주택 중량충격음 층간소음 저감기술’, ‘수액 주입용 선형 유량조절장치’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신종플루 진단·치료제, 지구촌 소외질병 치료제, 구제역 침출수 수처리 기술’ 등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에너지 복지를 위한 공급기술이 무엇인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출연연 연구자들이 개인적 관점에서 ‘사회문제 해결형 R&D’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 기술료 등을 강조하고 있는 출연연 분위기 특성 상 사회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성 위원은 출연연이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강조하는 경영이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문제해결형 R&D’를 평가하고 지원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동영상 링크: http://www.stepi.re.kr/vod/view.jsp?ntNo=693
기사 원 출처: ScienceTimes